형사소송법에 수사보조 '경찰리' 규정… 압수 등 권한 없어
법원 '보육교사 원생 학대' CCTV 영상 증거능력 인정 안해

'경사 이하 계급은 경찰관이 아니라고요?'

인천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생 학대사건의 결정적 증거물인 'CCTV 영상'을 간부급 경찰이 제출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물론 법정에 증거를 내놓고 공소를 제기한 검찰까지 '경찰이라고 다 같은 경찰은 아니다'는 법률 근거를 놓치는 바람에 스스로 핵심 증거를 무력화 시키고 말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장성학)는 아동학대혐의로 기소된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55·여)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월 29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2차례에 걸쳐 원생 B(2)군의 이마와 가슴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속 학대혐의(공소사실)는 2건으로 나뉜다. 1심에서는 진술조서와 어린이집 내부 CCTV 영상 등의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제기된 혐의 2건 중 1건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증거는 어린이집 CCTV 영상이다.

당시 경사계급의 경찰이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임의제출 형태로 CCTV 영상을 압수해 분석했다. 경사 이하 계급이 영장 없이 압수한 CCTV 영상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을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로 규정하고 현행법상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경사, 경장, 순경은 수사를 보조하는 '사법경찰리(吏)'로 규정한다.

구속, 압수, 수색, 검증 등 영장을 발부받는 주요 수사절차는 물론 영장 없는 긴급 체포나 임의제출 형태의 압수까지 경위 이상인 사법경찰관과 검사에게만 권한이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CCTV는 사법경찰리인 경사에 의해 압수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의 개입이 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권한 없는 자가 압수한 CCTV 영상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로 시행을 앞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수사, 공소제기·유지에 관한 협력관계로 바꿨다. 해당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수사를 지휘하는 조항은 모두 삭제됐지만, 사법경찰리의 '수사보조' 조항은 남아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