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싱가포르등 고스란히 지불
소비자 반발… 업계 "약관 따른 것"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인접 국가인 동남아 지역 여행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위약금은 면제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확진 환자가 발생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등 6개 국가에 대해 여행과 방문을 최소화해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여행 취소 수수료 면제는 중국, 홍콩, 마카오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싱가포르 등 나머지 국가의 여행을 취소한 여행객들은 고스란히 위약금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해외여행 상품 관련 민원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여행사와 여행객의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임모(33)씨는 다음 달 베트남 여행을 취소했다. 다중 이용 시설인 임씨의 회사에서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2주 동안 무급 휴직을 하거나 월차 휴가를 쓸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개인의 변심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취소한 것인데, 수수료를 모두 내라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을 합리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정해진 약관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 당국이 철수와 여행 자제를 권고한 중화권 지역의 수수료는 면제할 수 있지만, 동남아 지역은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약관을 임의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달라는 일부 고객의 요청이 있지만, 여행사에서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여행업 불황으로 여행사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도 코로나19 사태의 피해자라는 얘기다.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 여파에 이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에서는 정부 등 관계 기관에 지원 요청을 건의한 바 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정부에 중국 여행 취소에 따른 여행사 손실 지원, 세제 혜택·운영자금 지원, 고용 유지를 위한 관광·여행업계 특별지원금 지급, 한일 관광 교류 조기 정상화, 인·아웃바운드 유치 다변화를 위한 활동 지원 등을 요구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