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계로 번진 '위험의 일상화'
일부언론 메르스의 교훈 잊었는지
대응력 부족하면 비판 마땅하지만
확인안된 허위정보 인터넷등 전파
中혐오·근거없는 정부비판도 문제

월요논단-이용성1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29명 중 9명이 완치되어 격리 해제됐다. 16일 29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진행됐고 일본도 의심받고 있다.

2015년 5월 20일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최대 유행지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해 12월 23일 상황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 대응은 심각하게 부실했다. 위기상황에서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신종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와 일부 언론은 확진자 이동경로와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중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발행된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백서-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감염됐고 감염자 중 의료기관 종사자는 13.4%였다. 감염자의 역학조사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메시지는 실제 상황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2018년 8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으로 신속 대응한 바 있다. '2018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본부백서'에 따르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메르스 팩트체크 Q&A가 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지난 신종 감염증 사태의 경험을 잃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19를 정부 비판의 계기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비판하다가 일본 정부의 크루즈 봉쇄를 칭찬한 어떤 신문 사설은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쓰고 있다. 가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같이 써주기도 하지만 왜 그러는지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렸던 것은 중국에 저자세라거나 반중 정서 차단 차원이 아니라 WHO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친중파 정부가 중국의 책임을 덜기 위해서 명칭을 변경'했다는 프레임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명을 병명에 붙이는 일은 편견만 낳을 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코로나19 정보통제가 이를 가중 시켜 허위정보를 양산시킨 책임이 크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유튜브 영상을 일부 언론이 그대로 전달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속보의 욕망을 자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팩트체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산·진천의 중국 우한 교민 임시시설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와 사생활 침해보도도 문제였다.

부정확하고 오해를 일으키는 보도는 계속됐다. 중국을 방문한 뒤 수원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40대 남성에 대한 기사를 일부 언론이 인용보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뉴스통신사 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기사제목을 써서 문제가 됐다. 2월13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SNS를 통해 '수원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사망사건 파악 중'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서는 우리 시민들이 자칫 동요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적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첫 번째 준칙으로 '감염병 보도의 정확성'을 강조한다.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 혐오와 편견을 뛰어 넘는 언론보도가 필요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