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통제·봉쇄·인종차별 과도한 조치
언론보도도 두려움만 키워 역효과
과학적 상식 기반한 현명 대처를
이후에도 여러 종류의 전염병은 계속해서 인류의 존망까지 위협했다. 천연두는 남아메리카 원주민 인구의 90%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잉카와 아즈텍 제국의 멸망을 가져왔다. 흑사병은 역사적으로 세 번의 판데믹(대유행 전염병)이 있었고,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19세기 인도에서 시작된 콜레라는 인도와 아시아 대륙에서 1천5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940년대 들어서야 페니실린이 발명되면서 인류는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성 질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18년에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2천만명이 사망하였지만, 지금은 타미플루 치료제가 개발되어 바이러스성 독감은 완치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종류도 많고 쉽게 변형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사스나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하여도 다음에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이번에는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것이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의 특징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고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는 특징이 있다. 야생 서식지 파괴로 인한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접촉, 식재료 이용 등이 질병을 불러왔다. 인간이 숲을 파괴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아프리카 원주민 또한 더 깊은 숲 속으로 이주하면서 야생동물(박쥐)을 잡아먹게 된 것이 에볼라의 기원이다. 인간이 박쥐의 서식지를 위협하면서 박쥐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인류를 위해서도 생태계와 야생의 서식지 파괴는 멈춰야 한다.
한편 바이러스가 위험한 질병이지만, 인간이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출입금지' 같은 안내문이 등장했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현상까지 나타났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가짜뉴스와 이에 따른 혐오와 차별은 오히려 질병의 통제를 어렵게 한다.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바뀌어 교민을 수용하고 어려움을 같이 나눈 것은 질병 통제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크루즈선 입국 봉쇄조치는 탑승자 3천700명 중 10%가 감염되는 최악의 결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과도한 공포에 빠져 적절한 통제를 포기하고 인류애를 저버린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안전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대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염자가 머무른 공간에 대한 봉쇄 조치와 기피는 과학적인 상식을 넘어 공포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밖에 나오는 순간 5초 이내에 바닥에 가라앉고 소독을 통해 하루 안에 소멸한다고 한다. 우려를 넘어 미신과 공포는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어온 과학적 상식을 무너뜨릴 수 있다. 후베이성 이외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증 치사율은 0.16%로 독감 수준이고, 통상적 접촉으로 인한 감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는데, 언론의 보도는 천연두나 흑사병이 돌고 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미 경제 침체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상식에 반하는 공포와 과학적 통제 사이에서 우리의 현명한 행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