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8천㎥ 증설 공사 후 시운전 중
주변 개발 미반영 설계탓 '과부하'
1년여 대책마련 못해 방치 의혹도
전문가 "용량 확대 등 근본 대책을"

용인시가 850여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용인레스피아(하수처리장)가 개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채 부유물 유입량을 터무니없이 적게 산출하는 등 설계 잘못으로 완공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폐수 등 부유물이 전처리 시설에 빠르게 유입되지 못해 역류하는가 하면 기준치의 500배가 넘는 오염수가 인근 하천에 방류된 것으로 밝혀졌다.

용인시는 1992년 건설된 용인레스피아(4만8천㎥/일)가 처리용량 부족과 노후화됨에 따라 2015년 12월 국·도비와 시비 등 850여억원을 들여 8천㎥ 늘어난 5만6천㎥ 규모의 증설사업을 발주, 2018년 7월 공사를 마무리한 뒤 시운전을 하고 있다.

시는 당시 한국환경공단을 시행자로 선정하고 턴키 방식의 공모를 통해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공사는 마무리됐지만 오·폐수가 포함된 부유물이 전 처리시설에 제대로 유입되지 못해 고장이 잦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역류현상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또 오·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방류 기준인 BOD 3.0㎎/ℓ의 500배가 넘는 오염수가 그대로 경안천 등 하천에 방류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설계 단계에서 공동주택 등 미래 개발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채 단순하게 당시 유입량을 근거로 한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건설 컨소시엄은 설계 당시 1개월 평균 부유물(오·폐수)유입량을 0.015t으로 산출했지만 주변 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평균 유입량이 0.03t으로 설계 당시보다 2배가 넘어 부유물을 제거하는 종합 전처리 시설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더욱이 시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3월부터 알고 있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시간만 끌어와 이를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국환경공단과 한화건설은 뒤늦게 40억원 정도를 투입해 부유물이 전 처리시설로 유입되기 전에 침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설계할 때 미래 개발수요를 예측해 유입량을 산출해야 하는데 늘어나는 양을 반영하지 않고 설계해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다"며 "침사 시설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전 처리시설 용량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한국환경공단, 한화 건설과 협의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인/박승용기자 p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