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경제우선주의가 불러온 사태
중국을 '세계의 공장' 치켜세우며
도넘는 자연파괴·동물착취 부추겨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져
'생명체 대한 새로운 야만' 자성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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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19'. 마귀의 짓인가. 하나님의 심판인가.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가 종교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특정 종교 활동을 통해 급속히 환자가 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은 물론 유사 종교 간 비난도 거세다. 그 시작은 형체도 냄새도 없는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새로운 불안감이 갑자기 확대되면서 우리들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 졸업식도 취소되었다. 사진 몇 장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중국 유학생들로 대학캠퍼스는 긴장하고 있다. 식당도 거리도 한산하다. 한때 일본 크루즈 사태와 관련하여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의 4·15 총선이 제대로 실시될지 걱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글로벌 체제에 연계된 중국 시장의 마비가 가져오고 있는 경제적 충격도 일파만파다.

조만간 사태가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헌법 제76조 1항의 대통령의 특별한 권한들이 발동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경제상의 위기타파를 위한 긴급명령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실시될 수도 있다. 시시각각 늘어나는 환자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도대체 이 사태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종교적 차원에서는 마귀와 하나님 논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팬데믹(pandemic)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중국은 즉각 부인했지만 실험실의 동물로부터의 발병 가능성을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국의 발표처럼 야생동물의 식용과정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실험동물이든 식용의 과정이든 동물이 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동물을 인간과 다른 차원에서 취급해왔다. 호모사피엔스에 기반을 둔 인간중심주의가 그것이다. 동물을 단지 인간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삼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명의 존엄이라는 차원에서 동물에게도 일종의 인격을 부여하려는 움직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동물의 권리와 동물의 복지 논쟁이 그것이다. 독일과 핀란드에서는 헌법차원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14년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가 5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 따르면 영국은 A, 한국과 일본은 D, 중국은 E평가를 받고 있다. 지표는 각국의 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가치 인식, 동물 복지 관련 법률과 정책에 관해 15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동물의 권리나 복지 차원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가축공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나 고기들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세계적인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공업적 방식으로 사육되고 대량생산된 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여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국가들은 농업용, 애완용, 실험용, 전시용, 식육용 동물 등의 보호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법규와 지침에도 불구하고 그에 입각한 사육이나 관리가 실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세계적인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이나 연구소 그리고 기업 등에서 행해지는 실험용 동물들과 그 처리는 과연 규정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우리의 실험실과 전통시장은 과연 안전한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동물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의 보완 등이 실시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마귀의 짓도 하나님의 심판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중심주의와 경제우선주의가 불러온 일종의 재앙이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치켜세우면서 자연을 급속히 파괴시킨 결과물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일차적으로는 수목과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그 결과에서 인간이 피해갈 방법은 없다. 도를 넘는 자연파괴와 동물들에 대한 착취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조해야 할 때다. 하지만 인간의 광기에 가까운 욕망과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야만에 대해 자연과 동물들의 역습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두가 자성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