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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혼자놀때 게임 36.4%·SNS 30.4%
"정서적 삶 자체가 가상화돼버려"
부모·이웃·학교내 교감 부족 영향
관계맺기 어려움 겪는 학생들 늘어
관종·혐오 등 사회 부작용 이어져





'관종'과 '혐오'.

요즘 초등학생 또래 문화를 잘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부모나 이웃, 학교 안에서 충분한 정서적 교감을 하지 못한 채 성장하면서 관종과 혐오로 대표되는 사회적 부작용이 또래 문화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이달에 발간한 '초등학생 생활과 문화연구(백병부, 김아미, 성열관, 조현희, 천경호)'에서 초등학생 또래 문화 연구를 위해 면담에 참여한 다수의 교원들은 이 점을 가장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일상이 바쁜 부모들이 아이에게 부모와의 놀이, 스킨십 대신 쥐어진 것이 '컴퓨터'와 '휴대전화'다. 이는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경기도 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혼자 놀때 주로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컴퓨터나 휴대전화 게임이 36.4%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 등 SNS 보기가 30.4%로 그 뒤를 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바라보는 교사나 학부모, 학생 등 사회적 인식 조사에서도 '초6은 게임에 빠져있음'이란 질문에 절반 이상이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고 '유튜브에 빠져있다'는 질문에도 70%이상이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를 그리워하다가도 어느새 인터넷이나 게임, 휴대전화, 유튜브, SNS 등에 익숙해졌고 정서적 삶 자체가 가상화돼버렸다"며 "면담에 참여한 교사들은 '다같이 어울려 노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간관계에 있어 진지한 소통이나 관계를 맺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교사들은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폭력이나 '관종'의 이면에 인간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내면적 갈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면담을 통해 "아이들이 관종이란 말을 한다. 우리반에도 (아이들이) '선생님, 저 관종이에요. 모르셨어요?'라고 말하는 애도 있다. 대놓고 '저 관종이에요'라고 하는데, 이건 다른 사람한테 너무 관심을 받고 싶다는 얘기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가정에서의 돌봄이나 친밀한 관계형성의 경험이 없어 학생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사회의 잘못된 문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부모와 식사를 함께 하는 집이 흔치않을 정도로 항상 혼자 밥을 먹는 아이들이 많고,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부모님이 나가는 집들도 많다. 그에 따라 관계의 결핍이 일어나고, 스트레스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부모님과 대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혐오나 차별이 무차별적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또래문화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사이버 폭력, 관종, 차별과 혐오현상 이면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갈증을 적절한 방법으로 실행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과 이런 아이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걸러줄 수 있을 만큼 친밀함이 결핍된 가정이 원인에 있다"고 지적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