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女의원 17.1% 'OECD 최하위'
선거법 개정으로 더 줄어들 전망
공천 확률도 남성보다 훨씬 낮아
여성목소리 제대로 낼 수 없을듯
'지역구 30% 의무' 반드시 지켜야


김정순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4·15 총선이 50일 남았다. 후보공천 발표를 접할 때마다 여야 여성 의원 30% 공천 약속 이행이 궁금해진다.

필자의 개인적 관심 차원을 넘어서 한국 여성 의원 비율이 'OECD 최하위'라는 국제적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1%로 세계 193개국 중 120번째의 낮은 순위라고 한다.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게다가 여야가 입을 모아 '지역구 의원 여성 후보 공천 30% 의무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못이 박히도록 공언한 터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치적 성평등 문제를 갈망하며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배반당할 것 같다. 선거법 개정으로 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게 되는데 이 경우 여성 30% 달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여성 의석수가 기존보다 더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천이 진행 중이라 통계가 없어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 총선 예비 후보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남녀 후보 간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비후보자 선관위 등록 수는 여야 모두 합해 1천949명인데 남성이 1천371명 여성 578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2.4배나 많은 숫자다.

물론 후보 등록이 공천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천한다고 반드시 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 후보가 여야 모두 등록 자체를 남성보다 훨씬 적게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결코 여성의 정치적 능력이나 야망이 남성보다 낮아서는 아닐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공천 확률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낮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인 것이다. 후보 등록에 이어 공천 발표 역시 애초의 여성 비율 약속도 공천잡음도 여야 서로 다른 듯 닮아 보인다. 최근 여당인 민주당 남인수 최고위원은 "약속했던 여성 공천 30% 쉽지 않다"고 우려를 밝혔다.

진보 정당인 여당의 초선 여성 의원 토양이 이렇다 보니 당내 중진 여성 의원 비율도 남성 중진 의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경인일보가 소속된 경기 지역의 경우 현재 여성 국회의원이 7명뿐이고 심지어 인천 지역은 70년 동안 단 한 명도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여성 다선 의원 진출은 그야말로 척박한 환경이다.

이번 총선은 남성 중심 국회에서 소수지만 어렵게 중심을 잡아주던 여성 중진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여성 중진 실종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초선이나 중진 의원 비율이 지금보다 낮아 질 경우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갈등 많은 국회에서 성불평등 우려가 커지면서 여성 유권자 표심잡기 쇼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수차에 걸쳐 '성평등이 국정 기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라도 이번 지역구 공천의 여성 공천 30% 의무화로 여성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은 것처럼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는 말만으로는 남녀 성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이 남녀 조화 속에 균형 있는 정치를 원한다면 여성 공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여성 후보 당사자의 뛰어난 경쟁력은 필수다. 무엇보다 여성 의원 진입 문턱을 낮추고 여성의 국회 재선 진입을 돕는 여성 정치 토양이 시스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남녀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로 정치 풍토 개선에 협력해야 한다.

정치는 남녀 균형 속에 약자와 강자가 조화롭게 공존·공생해야 발전이 있다. 정치권이 여성 후보를 선거철 선거 구호로만 이용하거나 진정한 남녀 성비 균형 의지 없이 표심만 현혹하려 한다면 정치 불신은 더 커질 뿐이다.

시대의 요구인 여성 후보 비율 확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곧 여성 중진 의원을 키우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