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인천시 공무원 한 명이 푸념하듯 말했다. 이 직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로 불러대는 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도로, 철도, 건설 분야 등과 관련된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의원님'의 호출을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 중앙부처에 가로막히거나 주민 간 갈등, 예산문제 등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사업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게 의원님들의 주된 호출 목적이다. 지역구 표가 걸린 문제다 보니 규정이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한다.
선거 이전에는 현안 해결을 위해 만나달라 사정해도 시간이 없다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는 의원님들의 돌변한 태도에 인천시 직원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인천시의 한 직원은 "의원들은 그동안 사업이 진행돼온 프로세스 등은 무시하고 어떻게든 선거 전까지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며 "의원들의 민원 대부분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모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됐던 인천시청 브리핑룸 규정을 개정,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예비후보 출마 회견 등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출입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원님들이 진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없어서 목소리를 냈는지는 알 수가 없다.
4월 총선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런 백태가 속출하고 있다. 시험도 미리미리 준비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다급해진 현역 의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벼락치기 공부'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인천시민일 것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