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혼란, 대기근, 페스트에 시달린 근세 유럽 대중들은 불행의 이유를 찾았고, 지배층은 마녀를 내밀었다. 그렇게 사냥 당해 재판에 넘겨져 죽은 마녀들이 4만여명이다. 지금도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한 사회는 책임 질 희생양을 찾는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는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을 조롱하고, 한국인 입국자 격리에 나선 중국의 배은망덕은 1당 독재 권력에서 희생양을 찾을 수 없는 정치구조 탓도 있을 것이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선거라는 대속(代贖)기능이 있다. 대중들이 투표로 혼란을 책임질 정당, 정치세력을 심판한다. 따라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정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유례 없는 전염병 펜데믹에 직면한 대한민국 국민도 이 지경에 이른 이유를 묻고 있다. 잠재된 분노가 섬뜩할 정도다. 정치권은 이 분노를 감당해줄 희생양을 찾느라 혈안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을 둘러싼 책임공방의 주제는 중국인 입국금지다. 보수야당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망설인 정부 책임을 묻고 있다. 진보여당과 정부는 대확산이 내국인 감염 때문이라며 신천지교회가 대감염의 진앙임을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역학조사반을 이끌고 과천 신천지교회 강제 조사에 나서 교인명단을 받아오는 개가를 올렸다. 기독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교회는 속수무책이다.
진보진영의 반격도 본격적이다. 유시민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부의 중국인 입국허용에 아쉬움을 표하자, "아주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전염병이 번져서 이걸 문재인 폐렴이라고 공격하고 싶은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의 되치기로 진보 대통령과 보수 광역시장의 방역 이견은 '아주 정치적'이 됐다. 그는 신천지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향해 "신천지를 정상적인 기독교의 한 교단으로 인정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은 진보진영의 '신천지=새누리'라는 낙인을 경계하고 있다.
모두 4·15 총선을 겨냥한 낙인찍기이자 변형된 마녀사냥이다. 코로나19의 책임을 씌울 수만 있다면 선거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코로나 혼란을 부추길 정치 바이러스는 더욱 교묘하게 만연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선거 때마다 진짜 정치 바이러스를 소탕해왔다. 이번 선거도 그럴 것이다. 결과가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