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발견의 법칙이라도
결코 그냥 찾아오지 않아
평범한 것 귀하게 볼 줄 알고
끊임없는 노력·예리한 관찰력 등
준비된 사람에게만 미소 짓는 법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법칙은 '세렌디프의 세 왕자'라는 우화에서 유래된 이론이다. 우화는 왕자들이 전설의 보물을 찾아 떠나지만 보물은 찾지 못하고 그 대신 계속되는 우연으로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운 좋은 발견의 법칙'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 그 예로 포스트잇을 들 수 있다.

스펜서 실버라는 연구원이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거리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실패한 연구였지만 이를 보고 동료가 "꽂아 둔 책갈피가 자꾸 떨어져 불편했는데, 이 접착제로 책갈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국, 이 접착제로 포스트잇을 만들었고 3M을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었다. 이 밖에도 잘 알려진 플레밍의 페니실린,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렌트겐의 X선,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등 세상을 밝히고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발명들도 세렌디피티의 법칙으로 이루어졌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운은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만 찾아온다고 해서 세렌디피티의 법칙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라고 부른다.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운 좋은 발견', '재수 좋게 우연히 찾아낸 것' 즉, '뜻밖의 행운'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단순한 우연이란 없다. 모든 것은 관심과 노력, 간절함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렌디피티 발명도 좀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우연, 행운과 함께 그 발명이 만들어진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준비하는 행동'이다. 뭔가를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행동은 행운을 얻기 위한 첫걸음이다.

세렌디피티 발명가들은 그 발명의 시점에 예외 없이 무언가를 위해 매우 절실한 마음과 열정적 행동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은 '감수성'과 '통찰력'이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현상의 모습으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미미한 현상들을 날카롭게 통찰할 수 있는 능력, 즉 감수성과 통찰력이야말로 세렌디피티라는 행운을 끌어올리는 낚시질과 같다. 이 감수성과 통찰력의 낚시질은 열정, 관심, 희망, 믿음, 사랑, 비전, 절실함 등과 같은 짙은 인간적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행력'이다. 실행력은 용기와 수행 능력의 조합이다. 어떠한 행운의 발명이라도 그걸 실행시킬 수 없다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세렌디피티 발명가는 행운을 현실화하기 위해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많은 시련과 고난, 역경을 극복하여야 한다.

세렌디피티의 행운은 우연 같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며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것을 귀한 보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끊임없는 노력과 열려있는 유연성, 창의적 사고력, 예리한 관찰력이 준비된 사람에게만 손짓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 행운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를 가진 자의 몫이다. 준비된 행동, 감수성과 통찰력 및 실행력의 교집합 영역 속에 세렌디피티의 행운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는 하지만 충분한 역량을 갖추어 준비하고 행동하는 사람만이 그 행운을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그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입식 교육은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막는 주범이 되어 버렸고, 정답과 오답이라는 이분법적 평가방법은 정답을 정해 놓고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모두 오답으로 처리한다.

다양한 생각은 틀린 것이 되어 버리고, 조금의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는 세렌디피티의 행운은 싹틀 수 없고, 자랄 수도 없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