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쉼 보장 주간보호센터 활성
재가 보호사비용 높아 접근 어려워
편안하며 깨끗한 시설 많아야
'초고령사회 새로운 시도' 필요
치매 초기임에도 간병인 아주머니들은 치매환자와 하루 종일 있는 것이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간병인이 수시로 바뀌는 등 공백이 생길 때마다 형제들간 다툼이 생겨났다.
초기에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도록 하자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기저귀를 쓰시고 실수하시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정신없으신 가운데도 미안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내가 할게"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우리 똥기저귀 빨아 주셨으니 이건 제가 할게요"라고. 그렇다고 내가 지극한 효녀는 아니다.
엄마 집에서 돌아오는 길은 항상 마음이 착잡했다. 치매 걸린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고, 약도 안 드시고 물건도 감추어 버리시는 것에 대한 짜증과 함께 나의 미래를 보는 듯한 씁쓸함, 나는 노후 돌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7년간 집에서 엄마를 돌보면서 3년차부터는 간병인에게 낮 시간의 자유가 허용돼 한 분이 오래 계시게 됐다. 그런데 이제 87세가 되신 엄마가 자꾸 넘어지시고 다치시고 기절하셔서 119로 응급실에 가고 하니 주간보호센터나 돌보시는 아주머니가 책임소재 때문에 더 이상 일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그제서야 요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추천한 몇 곳을 다녀봤는데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기관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은 서울, 경기 소재 최우수 기관에 전화를 돌려 자리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사회적인 함의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본 7년의 과정에서 도출된 정책제안이 있다. 먼저, 노인치매검사의 의무실시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치매 완치는 아니더라도 패치나 약으로 지연시키는 것은 가능했을 것이다.
둘째, 간병인에 대한 쉼을 보장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간병 중 발생한 살인·살인미수사건이 371건에 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유사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것은 사람의 기운을 소진하게 하는 일이므로 간병인이 고용인이든 가족이든 보호 차원에서 치매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집에 상주하는 재가 요양보호사 비용이 너무 높아 접근이 어렵다. 사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기 전에 재가 요양보호사를 구했으나 일단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고비용이었다. 요양보호사 비용에, 생활비에, 병원비까지 하면 치매노인 한 분 돌보는데 너무 부담이 된다. 실제 대한민국에서 24시간 재가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싶다.
넷째, 자식들이 안심하고 보내고 싶은 요양원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약품냄새가 진동하고 청결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요양원이 아니라, 집같이 편안하고 정갈한 요양원 말이다. 또 국가에서 시행하는 기관평가를 통해 요양원 선정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객관적 자료를 제공해 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사회학적 상상력'에 근거하여 좀 엉뚱한 제안을 하고 싶다. 아파트를 지을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아파트 주민공동시설로 평가해서 들여놓듯이 이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한국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엄마가 최적의 요양원에 입소하셨음에도 그날 밤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침대에 앉아계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면회를 통해 엄마가 조금씩 적응해가시는 모습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됐다. 이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엄마를 보러 갈 날을 고대해본다.
/배수옥 경기도의회 제1교육위 입법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