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350만장 공급발표 불구
이제 계약 단계인 농협·우체국
"내달초나 가능한데…" 당혹감
매장들 직접 물량 확보해 공수
식약처 "첫날이라 지연… 송구"
"마스크 판다더니 순 거짓말이었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50·여)씨는 27일 북인천우체국을 찾았다. 우체국과 같은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정부의 브리핑을 듣고서다.
하지만 입구에 붙은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인 대구·청도지역과 취약지역 위주로 판매한다는 '보건용 마스크 우체국 창구 판매 계획 안내' 게시물을 읽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인천 우체국 직원은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이 마스크를 문의했다"며 "별도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 보니 우리도 혼란이 크다"고 했다.
화성의 한 농협은 관련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졌는데, 공적 마스크 수급이 없자 급히 거래처와 직접 접촉해 마스크 1만개를 확보했다.
오후 2시에 판매를 시작한 마스크는 1시간여 만에 동났다. 주부 이모(61)씨는 "카카오톡 공지를 보고 동탄에서 택시를 타고 급히 와서 마스크를 5개 구매했다"며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도 근 한 달째 쓰는데, 이제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농협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농협중앙회 상품부에 거래처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마스크가 공급되는데 원활하지 않다"며 "(시민들의)전화 문의가 너무 많아 급하게 직접 거래처를 통해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27일부터 농협·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하루에 350만 장씩 공급한다고 발표했는데, 실제 현장에선 마스크가 없어 시민들이 헛걸음하고 있다.
우체국이나 농협 등은 이제 '계약'을 진행하는 단계로 알고 있는데, 정부가 섣불리 '공급'한다고 나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금 계약만 했을 뿐 판매는 3월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구매 문의가 너무 많은데 일일이 해명하느라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우정청 관계자도 "마스크는 업체에서 확보하고, 우정청에 입고돼야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28일부터 경인지역 읍·면 소재 우체국 139국에서 소량 팔고 있지만, 도시지역은 3월초는 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시행 첫날이라 생산이나 배송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며 "발표 내용과 달리 마스크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박현주·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