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영일 정씨' 집안의 묘역을 문화재로 지정했다. 인천시는 2일 '영일 정씨 판결사공파·승지공파 동춘묘역'을 인천시 기념물 68호로 지정하고 이를 시보에 고시했다.

이날 지정된 문화재는 묘역의 분묘 17기와 무덤 앞에 세워진 석물(石物) 66점이다. 주변 2만737㎡ 규모의 묘역은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했다.

인천시는 "현재 묘역의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으나 등산로(청량산) 옆에 있어 훼손 우려가 있고 최근 석물 도난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도난 방지와 함께 문화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정 사유를 설명했다.

영일 정씨 묘역은 1607년 정여온(鄭如溫·1570~1632)이 부친의 묘소를 연수구 청량산 밑에 모신 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후손들이 청량산 동쪽 먼우금 지역과 봉재산 기슭의 동막·척천마을에 집성촌을 이루며 10대(代)에 걸쳐 인천의 명문 세족으로 자리잡았다.

이 묘역에는 17기의 분묘와 묘비, 문인석(文人石·문관 형상의 돌), 석양(石羊·죽은 이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세운 돌짐승), 망주석(望柱石·무덤 앞에 세운 돌기둥) 등 석물 66개가 있다.

이들 석물은 조선 중기~후기 미술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문인석의 경우는 시대에 따라 관복의 모양이 바뀌면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도 있다. 또 종중 소유의 교지(敎旨·왕이 신하에게 내린 문서) 등 고문서를 통해 조선의 정치·사회·경제 상황 등을 살필 수 있다.

특히 조선의 장례 문화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았다.

이 묘역은 영일 정씨 가문이 관리하고 있으나 장명등과 향로석 등 석물이 도난되는 사례가 있어 종중에서 인천시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영일 정씨는 400년 역사의 인천 사대부 집안으로 가문의 역사를 통해 조선 중·후기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며 "그림이나 석물 등에 표현된 관복의 시대적 변화가 예술사적으로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