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재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집단 가장 큰 고통 받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대재앙
배려·연대 힘으로 주위 둘러보고
어려운곳 부터 먼저 손 내밀어야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바이러스 감염은 생물학적으로는 종교, 인종, 지역, 소득수준, 장애 여부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저마다 속한 위치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국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차별받는 집단이라는 점이 이번 코로나19 확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은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 입원환자 102명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7명이 사망했다. 이곳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은 의학적으로는 병원에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의 환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사망자가 다수 나온 점은 "정신질환자가 있는 폐쇄병동으로 환기가 잘 안되어서"라는 당국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이후 별도의 조사가 필요해 보이나,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사례는 이런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크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월20일 구로중학교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지역의 중국인 및 중국동포 그리고 지역의 교육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은 겨울방학 종료 후 학교에 모였던 아이들중 한국 아이들이 중국 아이들과 급식을 같이 먹을 수 없다고 거부하고 일부 학부모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와 중국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에 항의전화를 했다고 한다. 개학 이후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학생들간의 혐오와 차별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봄방학 기간인 지금도 학생들이 함께 속해 있는 여러 카톡방에서 "너희들은 개학이 되어도 학교에 못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동포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의 최초 전파자가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 간병인 두 명이라는 유튜브의 방송이 얼마 전 나왔다. 이들이 감염된 상태로 귀국 후 병원에서 간병을 하면서 병원의 다수에게 전염을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두 명 모두 두 차례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더욱이 이들이 근무했던 3층 일반병동에서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확진자를 범죄자 취급하거나 확진자가 나온 지역이나 집단을 과도하게 차별하는 일도 큰 문제다. 경남은행에서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책임을 묻겠다는 문자를 전 직원에게 보냈다. 이후 비난이 일자 곧바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군인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역의 군인아파트에 배달을 거부하는 음식점이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반대로 연대와 공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대구에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많은 의료진이 자원해서 대구로 찾아갔다. 지역 곳곳에서 상대적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 마스크를 찾아가 나누고, 이런 이웃들에게 식료품을 배달해주고 있다고 한다. 역대급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할인하거나 일시적으로 받지 않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었던, 광주광역시는 대구의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면서, 대구의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을 제공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한쪽에서는 배제 비난 그리고 차별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배려, 나눔 그리고 연대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 사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나, 결국 미래는 오늘을 함께 겪어나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깨를 기대가며 함께 살아갈 이들 또한 우리 자신이다. 연대와 배려의 힘으로 주위를 좀 더 둘러보고 어려운 곳을 먼저 살피며 손을 내밀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