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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에 '天若改常(천약개상)이면 不風卽雨(불풍즉우)요 人若改常(인약개상)이면 不病卽死(불병즉사)니라'하였다. 직역하면 '하늘이 떳떳함을 고치면 바람 불지 않으면 비가 오고, 사람이 떳떳함을 고치면 병들지 않으면 죽는다'이다.

날씨를 겪어보면 좋은 날이 있고 궂은 날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구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반기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괴로움을 당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기도 한다. 정상적인 마음이라면 누구든 병들거나 죽는 것을 반가워할 리 없다. 명심보감에서는 그 불행의 탓을 개상(改常)으로 돌린다. 상(常)이란 정상적인 도리나 항상한 도리인 상도(常道)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정상의 반대는 이상이나 이변이다. 하늘이나 인간이 정상적인 도리를 고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도리를 이탈하는 이상기후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자연계의 風雨(풍우)나 인간계의 병사(病死)는 당연한 음양적 현상인데 명심보감에서는 이상이나 이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지구 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관계를 직관해보면 이해가 간다. 생태계에 속한 존재는 작든 크든 각자 정상적인 생명활동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이 패턴이 어떤 이유로 변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좋지 않은 양상을 띠는데 변이의 발생이 개상(改常)이라면 좋지 않은 양상이 이상적인 병사(病死)이다. 사람도 키가 작을 뿐 하늘이라는 오랜 관념에 따르면 하늘에 이상이 포착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이상질병들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