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경영인'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2일 신부전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그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 재임기간 시장가치 120억달러에 불과했던 GE를 4천500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키운 인물로 평가된다. 엄격한 품질관리시스템인 식스 시그마(6-Sigma)와 워크아웃, 변화 가속화 운동, 벽 없는 조직, 세계화, e비즈니스 등의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혁신 경영기법을 창안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잭 웰치가 '전 세계 CEO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기업가'인 이유다.
잭 웰치는 1935년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서 태어났다. 심하게 말을 더듬어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놀림을 받았지만, 그를 늘 격려한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머리회전이 너무 빨라서 혀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뿐이야"라며 웰치에게 자신감을 북돋워 주었다. 그는 1960년 일리노이주립대학교를 졸업한 그해 GE에 입사했다. 여러 사업본부를 거치며 맡은 조직마다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경영방식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고속 승진했다. 1973년 기획전략실 실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GE그룹 경영에 참여했고 마침내 1981년 당시 만 45세의 나이로 100년 GE 역사상 최연소 CEO에 임명됐다.
스티브 잡스가 21세기 경영인이라면 20세기는 단연 잭 웰치의 시대다. 웰치는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를 늘 입에 달고 다녔다. GE 경영상태가 양호했음에도 그는 다가올 시장의 변화를 예견하고 한발 빠르게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 1·2위가 될 수 없는 사업은 모두 매각하거나 문을 닫았다. GE 내 170개 사업부 중 110개가 사라졌다. 사업부 폐쇄에 뒤따르는 것은 당연히 인원감축. 그는 이때 10만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다.
터지면 건물은 남고 인명만 살상되는 가공할 만한 '중성자탄'이란 별명을 웰치는 무척 싫어했다. 세계 여러 강의와 수많은 저서에서 당시의 해고는 불가피했다고 말하거나 적었다. 하지만 이런 '경영의 귀재'는 '회계부정의혹'으로 무너졌다. GE 금융부문의 수익 부풀리기가 드러난 것이다. 그는 퇴진했고, 웰치식 구조조정이 GE의 경쟁력을 해쳤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2017년 GE는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