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국난'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볼 때 국난이 덮칠 때면 늘 희망도 그 크기를 불려갔다. 지금도 그렇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강조한다. 대구·경북을 찾은 자원봉사자, 어려운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낮춰준 건물주 등 사례는 넘쳐난다.
이처럼 국난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국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는 '희망'의 눈빛조차 주지 않는다. 불신만 남은 듯하다. 왜일까? 국정을 논할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관심도 없다. 왜일까?
얼마 전 만난 한 택시운전자는 "코로나19가 우리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라면, 정치인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혐오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전파자"라고 비약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들이 던지는 막말이 혐오를 조장했고, 그들만의 정쟁이 정치로부터 관심을 멀게 했다"고 성을 냈다.
이들은 선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하산 공천이니, 진흙탕 싸움이니 하는 것들이 이 시국에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따졌다.
물론 그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럴수록 국민은 정치를 멀리할 게 아니라 참된 정치인을 뽑아 국정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치권은 반박하지 못할 듯하다.
이것이 바로 '민심'이라서다. 정치권은 민심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민심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