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증 방어 기제 '사이토카인'
과잉 분비땐 패혈증 등 치명적
숙주 사멸 바이러스 증식 막아
어쩌면 팬데믹 예방 안전장치
'폭풍 현상' 심도 깊은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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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하여 매우 높은 전염성을 가지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매우 흔한 감기 바이러스로 그동안 생명에는 크게 위협을 미치지 않는 존재였으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과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류나 낙타를 통하여 변이가 일어나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종감염되면서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아지고 전 세계적인 감염(팬데믹)이 일어나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의 코로나19도 크게 보면 사스나 메르스와 비슷하게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과 심한 경우 폐렴, 호흡부전과 신부전 등이 나타난다. 치사율은 2.3% (중국 질병예방통제본부가 2월 17일에 발표한 4만5천건의 자료분석결과)로 낮으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감염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사망자의 절대적인 숫자도 증가, 심리적인 위협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주로 노년층과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더 위험하여 건강한 사람은 1% 이하의 치사율을 보인 반면,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의 사망률은 10.5 %, 당뇨병 환자의 경우 7.3 %, 만성 호흡기 질환, 고혈압 또는 암 환자의 경우 약 6%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스나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치료가 어려워지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다. 사이토카인은 감염증에 대한 면역계의 방어 기제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세포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세균이나 병원균이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이 감염부위로 모여들게 하여 (염증반응) 효과적으로 방어하도록 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잉으로 분비될 경우, 고열이 발생하며 통제 불가능한 염증이 일어나, 기도 폐쇄나 다발성 장기부전을 유발하며 패혈증도 일어나게 된다. 특정한 바이러스(스페인 독감, H5N1 조류독감, 에볼라, 돼지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이 사이토카인을 과잉으로 생성시키고, 과량의 사이토카인은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이토카인이 과잉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어떤 상황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촉발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법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코로나19는 스스로는 생존하지 못하며 숙주의 신체 내에서만 RNA가 복제되면서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바이러스의 독성이 너무 강하면 숙주들이 모두 죽으며 바이러스 또한 소멸하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의 면역계가 적당히 강하여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의 입장에서는 특히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급속하게 증식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옮기는 '슈퍼 전파자'가 많아진다면, 인류 전체가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류를 이러한 팬데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창조의 섭리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즉 일종의 '자살 폭탄'으로 침입한 바이러스에 견디지 못하고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안전장치로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오히려 숙주를 사멸시킴으로써 더 이상 특정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이토카인 폭풍'이 촉발되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한 번 창조주의 섭리를 느끼며 모든 것이 인간의 교만함에서부터 기인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