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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 첫 시행일인 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전산에 입력해 구매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시민들 물건받은 곳 찾아 '메뚜기'
매장당 250장꼴… 공급물량 부족
출생연도 끝자리, 민번으로 착각도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약국에서 처음 시행된 9일 우려했던 '마스크 대란'은 없었지만 곳곳에서 소란스럽고 어수선했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는 5부제를 잘못 이해한 시민들이 약국에 헛걸음을 하거나 입고된 마스크가 금세 동이나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납품업체 사정에 따라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달라 빚어진 혼선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인천시 동구 송림동의 한 약국. 주민 16명이 약국 입구부터 한 줄로 서서 마스크 구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국은 마스크가 입고된 오전 9시 20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2시간 가량이 지나자 인근 약국들은 한산했다.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5부제가 진행되기 전에는 영업 시작부터 주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마스크는 10분 만에 판매됐다"며 "오늘은 아직 30~40매 정도 남았다. 5부제가 시작되니 확실히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약국 직원은 기약 없는 입고 시기를 시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직원은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데, 문의가 너무 많아서 일이 안 되는 지경이라 큰 스트레스다"라고 토로했다.

답답한 상황은 구매하려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증과 3천원을 한손에 쥐고 있던 권모(1946년생)씨는 "두 군데 약국을 들렀는데 다 없다고 해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다.

5부제가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한다고 착각해 약국에 방문한 시민들도 있었다. 권선구의 한 약국 앞에서 만난 1992년생 문모씨는 "주민번호 맨 끝자리가 1이거나 6이면 방문하는 건 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잘 못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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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약국 앞에 70~80명씩 줄을 서던 모습은 사라진 듯했으나 기본적으로 적게 입고되는 수량 탓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경쟁은 여전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에 공적 마스크 277만4천장 등 전국에 총 701만9천장을 공급했다. 그러나 일선 약국에는 매장 크기에 상관없이 하루 250장 꼴로 입고되다 보니 대상 인원을 줄였어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여전히 번호표를 배부해야 하는지, 선착순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스크 공급 시기를 우선 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약사회 관계자는 "주민들은 약국 문을 열면 마스크가 있는 줄 아는데 약국마다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날마다 다르다"며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만큼 그날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는 전날 저녁에라도 공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약국 등에서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을 달리해 1인당 마스크를 2매씩 구매할 수 있다. 평일에 구매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연도 구분 없이 살 수 있다.

/배재흥·김태양·남국성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