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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의원 /연합뉴스

경기 여주·양평에서 내린 5선 한 정병국(여주 양평) 의원이 21대 불출마를 선언하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정 의원이 내심 불출마를 선택한 것은 지난 주말(7일)이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평소 인연이 많은 김 위원장은 정 의원에게 "당신! 당을 위해 수원무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정 의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당을 위한 것이라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 후 수원 현지 당원들에게 의사를 타진해 보았지만, 수원 지역 당원들은 당의 입장과 달리 펄쩍 뛰었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먼저 정미경 최고위원과 통화에서 공관위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당의 수원무 '험지' 공천 방침을 전하자 정 최고위원은 "3주 전만 해도 정 의원을 '차출'하자는 얘기가 (지역에서)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반응이었다. 모두 "총선이 며칠 남았다고 '험지' 출마가 먹히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정 의원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바로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수원 출마는 현지 반발 때문에 도저히 할 수 없다. 당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나를 제물로 삼아 컷오프 시켜달라"고 통보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원 현지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가 불출마를 선택한 배경은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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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전부터 보수 대통합의 산물인 미래통합당 탄생에 기초를 만든 정병국 의원.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왜 없었을까마는 그는 애써 쿨 한 반응을 보였다. 기자와 통화에서 그는 "통합의 정신이 뭐냐"고 반문하며 "우리가 조건 없이 들어왔는데 반발하는 사람들도 쿨 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배신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내가 영입해오고, 국민의당에서 함께 넘어온 사람들이 자리 잡아가고 있어 만족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도 남겼다. 

"사반세기(25년) 정치 여정 가운데, 늘 개혁의 칼을 주장해왔다"며 "이제 그 칼날이 저를 향한다. 거부하지도, 피하지도 않겠다. 이제 저는 책임을 지겠다. 공관위의 결정을 수용한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정 의원은 이번 통합 과정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는 통합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불출마가 아니라 컷오프된 것"이라고 써 달라고 했다. 

"말 못한 서운함과 못다 한 이야기는 여주와 양평을 도도히 흐르는 한강 물에 묻겠다"는 그의 독백은 
정치의 무상을 얘기하는 듯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