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격언에 '금요일엔 주식을 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시장이 쉬는 토·일요일에 감당 못할 일이 벌어지면 월요일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격언은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전 세계 주가의 대폭락을 경험한 이후 정설처럼 굳어졌다. 그날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22.6%나 폭락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고, 월가는 패닉에 빠졌다. 앞다퉈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들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뉴욕발 충격은 런던 도쿄 싱가포르 홍콩 서울 증시로 확산하면서 하루에 1조7천억달러(약 2천조원)가 사라졌다.
그날의 충격에서 우리가 배운 건, 공포가 부른 투매는 비록 단기간에 진정된다 해도 그 뒤를 따르는 시장신뢰 추락으로 당분간 주식이 맥을 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시장의 공포'란 지금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가령 영화 '조스'에서 '그놈'이 출몰하기 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공포를 더 극대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날 이후 '블랙먼데이'는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지칭하는 시사용어가 됐다.
블랙먼데이가 또 재연됐다. 9일 월요일 뉴욕 다우 지수는 7.79% 급락했고, 국제유가 역시 30%대로 폭락하며 공포가 전 세계에 퍼졌다. 이날 하루 한·중·일 3국에서 감소한 시가총액만 600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날 경험했듯이 당분간 세계 증시가 내림세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경기 침체 우려감도 더 커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서 '호황은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과 채권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신흥국 증시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는 이미 코로나 19로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다. 내수는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발 빠르게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물론 지나친 공포는 경계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주식 폭락을 호기로 보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투자가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어디선가 '조스'의 출몰을 알리는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블랙먼데이의 공포만 더 커지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