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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은 11세 때 100달러로 주식을 사 스물네 살에 2천500만달러로 불린 '투자의 귀재'다. '굴뚝 기업'을 선호했던 버핏은 IT 기업 등 모르는 분야는 쳐다보지 않았다. IT기업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어도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한 번의 투자 실수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주가 MS의 사업내용을 친히 알려주며 주식 매입을 권유하자, 설명해준 게 미안하다며 딱 100주를 매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05년 버핏이 삼성전자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도 불확실성 때문에 IT 기업은 투자대상이 아니라며 "삼성전자 매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런 버핏이 2011년 IBM 최대주주로 변신했다. 언론의 질문공세가 쏟아지자 "IBM은 IT 회사가 아닌 IT를 지원하는 회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버핏은 2017년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아마존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아마존에 좀 더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며 사과했다. IT를 외면했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그랬던 그도 현재 애플 주식 5.5% 720억 달러(약 90조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다.

버핏의 주식투자 비결은 단순하다. 첫째 철저하게 기업가치에 우선순위를 둘 것, 둘째 모르는 곳엔 절대 투자하지 말 것, 셋째 단기매매를 하지 말 것, 넷째 반드시 최고경영자의 성품과 자질을 볼 것. 버핏은 지금도 62년 전 우리 돈 3천500만원에 사들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시골 마을 오마하의 고택에 살고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오마하의 현인(賢人)'. 매년 5월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 총회엔 그를 보기 위해 5만여 명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버핏이 10년간 사용하던 폴더폰을 최근 아이폰 11로 교체했다고 한다. 그가 사용한 폴더폰은 2010년 생산된 20달러짜리 삼성전자 SCH-U320 음성통화폰. 2년 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버핏에게 아이폰 X를 선물하면서 "버핏 회장이 아이폰 세팅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기꺼이 오마하로 가겠다"고 했을 때도 손사래를 치며 폴더폰을 고집했던 버핏이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쳐다보지 않는 89세의 버핏이 생애 첫 스마트폰에 도전하는 모습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