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 시·도 체육회(기초단체 포함)는 선거를 치러 민간 체육회장을 잇달아 선출했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데 따른 조처였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이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 취지였다. 민간인 체육회장을 선출해 이런 병폐를 막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육계에선 선거 과열, 줄 세우기, 공정성 시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인천시체육회에선 당선자의 부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뒤 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 무효'를 선언, 오는 24일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불복한 당선자는 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법원에 당선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경기도체육회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무효'와 '선거 무효' 결정이 있었다. 다만, 당선자는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체육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체육회장 선출 방식은 또 어떠한가. 대한체육회는 경기종목단체, 군·구체육회 대의원 등으로 이뤄진 '대의원 확대기구'(선거인)를 구성해 각 시·도 체육회장을 뽑도록 했다. 대의원 중에는 정치권이나 그 주변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체육이 더 정치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번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에선 "내가 왜 투표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교장 선생님들도 다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학교에 운동부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전국 시·도 체육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 지도자(감독·코치 등), 체육회 직원 등에겐 정작 투표할 권리가 없다.
선거인 규모도 논란이다. 인구가 1천300만명에 달하는 경기도의 체육 수장을 뽑는데 선거인이 470여명에 불과했다. 재선거를 앞둔 인천은 채 400여명도 되지 않는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