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화학비료 무분별하게 사용
식물 키우며 생명존중성 알리는
그림책 '우리가족은 정원사…'
몸살 앓는 '지구 회복' 중요성 알려

텃밭에 당근, 토마토, 고추, 오이 등을 키우고 있고 어느새 일곱 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매번 수확이 형편없다. 어떤 때는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작물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고, 벌레가 다 먹어 먹을 게 없기도 하고, 당근이 새끼손가락 굵기인 적도 있었다. 농사일에 재주가 없고 부지런하지 않은 이유가 크겠지만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강화도 농촌 마을에 살면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이 먹게 될 작은 텃밭 채소에도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학농약 사용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성장 촉진제 등 다양한 농약이 있고, 이것은 식물을 재배하는데 큰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작은 텃밭이 아니라면 농약 없이 농사짓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화학농약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고 얼마나, 어떻게 유해한지 잘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몬산토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성분이 함유된 라운드업(Roundup) 제초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단위 농장에서 사용되었다.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한 사실들이 직접적 피해자들(라운드업 사용으로 기형아 출산 등의 피해 사례자)과 그 분야의 전문 연구원들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나라는 강력한 규제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농촌진흥청은 2017년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에서 동물실험 결과 발암 위험성이 낮았다며 글리포세이트의 출하 제한 처분을 해제했다. 현재도 글리포세이트는 아무런 규제 없이 다양한 제초제에 사용되고 있다.
지금 우리 땅은 무분별한 농약과 화학비료의 범람으로 이미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찍이 농사는 살아있는 생명을 길러내는 일임을 알리며 몸소 농사를 지으며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개탄한 분이 있다.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시작한 고 장일순(1928~1994. 사회운동가·생명운동가)이다. '힘들어도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를 새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처럼 무위자연(無爲自然-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는 그대로의 자연)을 설하며 생명사랑을 주장했다. 그의 싹이 틔워져 무농약, 무제초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져본다.
식물을 직접 키우면서 생명존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조안나 게인즈와 아이들 글·줄리아나 스웨이니 그림·김정하 옮김/나는별'. 이 그림책 속 조안나는 말한다. '우리 가족은 정원사예요! 누군가는 씨앗에서 싹이 트기만 하면 정원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정원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삶이 그렇듯 정원을 가꾸는 건 참 힘든 일이랍니다.'
꼬마정원사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단단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에 의존해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당장엔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적 각성과 변화 없이는 지속적이고 건강한 삶을 꿈꾸기는 어렵다. 이러한 단단한 다짐이 따뜻한 봄 햇살을 비추듯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