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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6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셀트리온을 세계 굴지의 생명공학회사로 키우려 했지만, 공매도 세력의 극성으로 기업을 경영할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간 공매도가 이뤄졌으며 비중이 10%를 넘는 날도 62일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

공매도(空賣渡)는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가격이 내리면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으로 우리 시장엔 1969년 도입됐다. 당시 셀트리온에 대한 온갖 루머는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이익을 보려는 불순한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다. 실제 이 기간에 분식회계, 서 회장 도주, 임상시험 실패 등 소문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갖고 있던 개미투자가에게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하지만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상승장에서 주가 폭등을 차단하고, 하락장에서는 거래 유동성을 늘린다는 순기능을 가진다. 문제가 있다면 외국인(62.8%)과 기관투자가(36.1%)의 전유물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란 쉽지 않고 어렵게 주식을 빌린다 해도 신용도가 낮아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공매도제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주가는 국정 성패의 지표가 되곤 한다. 어느 정부건 주가폭락은 큰 부담이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마다 '공매도 금지'는 늘 주요 현안이 됐다. 코로나 19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금융위원회가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오늘부터 적용해 실시키로 했다. 공매도 금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10월부터 5월까지, 유럽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주식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중요하다'는 증시 격언처럼 '파는 예술'이다. '하락'을 예측해 공매도했다는 이유로 '투기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장을 교란하는 불순한 공매도 세력이 있다면 금융당국이 적발해서 처벌하면 된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주식시장의 불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