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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유튜버' 선정우씨는 "제 채널의 모토가 '도전'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상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쩡우TV'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지적장애 선배가 만든 유튜브 충격
같은 처지 스스로 무기력 생활 반성
여권만들기·먹방체험 나홀로 영상
이상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것


"우물 밖을 뛰어 넘는 개구리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특출난 일반인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유튜버의 세계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장애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유튜브에 '쩡우TV' 채널을 운영 중인 선정우(35)씨.

선씨는 선천적으로 지적장애 2급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지만 18일 평택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첫 인상은 예상을 벗어났다. 다소 말이 어눌하고 이해가 느린 것을 빼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 나온 동네아저씨 느낌이었다.

지난 2월초에 개설된 '쩡우TV'에는 선씨가 여권 만들기와 먹방, 놀이기구 체험 등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좌충우돌해가며 성장해나가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특히 선씨가 혼자 힘으로 생전 처음 여권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광경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유발했고 우여곡절 끝에 여권 만들기에 성공해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러한 선씨의 노력에도 조회 수와 구독자 수는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시작 단계인 만큼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이었다.

선씨가 유튜버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지인이 보여준 한편의 동영상 때문이었다.

선씨는 "동네 선배가 저랑 비슷한 장애를 가진 유튜버 영상을 보여주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 무기력하게 지내온 것을 반성하고 저 또한 노력해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선씨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조력자도 때마침 연결돼 그의 꿈이 가속화됐다.

선씨는 "사실 유튜버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끙끙 앓고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제이제이미디어'라는 회사를 알게됐고 이 분들이 가족처럼 도와줘 유튜버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욕은 넘치는데 아직까진 모든 것이 낯설어 생각만큼 이슈가 되는 영상은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솔직히 다른 유튜버 처럼 생방송을 통해 구독자분들과 실시간 소통을 하고 싶지만 능숙해질 때까지는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선씨는 "제 채널의 모토가 '도전'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상한 것(장애를)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쩡우TV'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