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파랗게 질렸다. 일상은 멈췄고 사람들은 갇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격리의 불안은 바이러스 감염만큼 무섭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동반한 최악의 습격자인 셈이다. '코로나 블루'에 걸리면 우울증, 불안, 분노, 무기력, 대인기피 등 감정적 증상에 두통, 불면,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 방역과 함께 심리적 방역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백신 7종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 격려하는 격려백신, 타인을 돕는 긍정백신, 위생수칙을 지키는 실천백신, 가짜뉴스를 무시하는 지식백신, 언젠가 끝이 온다는 희망백신, 바이러스 유증상시 행동지침을 숙지하는 정보백신, 심신의 균형과, 가정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균형백신이 그것인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대성한 심리백신인 만큼 응용해 볼 만하다.
최근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가 실행해 호평을 받은 무관객 생중계 공연은, 당국에서 심리방역의 대안으로 눈여겨 볼 만하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일 도립극단의 작품 '브라보 엄사장'을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에 생중계했다. 당일 연극중계를 시청한 접속자는 700여명. 연극 공연장인 아트센터 소극장 관객석이 500석인 점을 감안하면 만원사례 공연이고, 이후 누적 접속자가 7천500여명에 이른다니 앙코르 공연도 연일 매진사례인 셈이다.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에 빗대어 인간 본성을 규정한 다양한 작명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할 심리방역은 인간의 놀이 본성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종편채널의 '미스터 트롯'은 관객 없이도 전국민이 결승전에 열광했다. 잠시나마 코로나 블루를 잊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연극의 3대 요소인 관객 없이 배우와 무대만으로 국민을 놀이판에 불러낼 수 있다면, 각종 프로 스포츠의 무관중 경기도 강행해 볼 만하다. SNS매체가 대세인 시대다. 관객, 관중의 개념을 꼭 현장에 묶어 둘 필요는 없다. 더 욕심내면 사회적 거리를 감안한 최소 관중 입장을 허용해도 될 듯 싶다. 경기아트센터 무관객 온라인 공연은 이달에만 네차례 더 이어진다.
/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