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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의 한 학원가를 학생들이 지나고 있다. /김금보기자 nam@kyeongin.com

학생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연장한 휴교령 정책을 비웃듯 경기도 내 학원가들이 운영난을 이유로 수업을 재개하면서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경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안양 평촌 학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학원 휴원을 권고한 지 열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대부분 정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학 학원 교사 A씨는 "처음 교육청 권고가 내려온 2월 마지막 주 앞뒤로 10일 동안 휴원을 했다가 다시 문을 열었다"면서 "임대료와 임금 걱정도 있지만 학생들의 진도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종합학원의 사정도 비슷했다. 재수생과 재학생들이 모두 다니고 있는 B학원은 2월 마지막 주 휴원을 하고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B학원 관계자는 "2주를 예상하고 1주 휴원을 했는데 학원에 가면 안돼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정부의 권고를 따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쉬게 되면 직원들에게 돈을 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학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휴원에 대한 지원책 없이 무작정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휴원 시에는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신용보증재단의 특별 지원금은 대기자가 많아 신청이 힘들고, 지원 자체도 저금리라고 하지만 대출이기 때문에 결국 빚만 쌓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학생들도 수업 진도에 뒤쳐질 수 있다는 걱정에 학원과 독서실로 발길을 스스로 옮기는 실정이다.

학원 건물 앞에서 만난 C(18)양은 "코로나19 이후 2~3개였던 학원을 1개로 줄였다"면서 "집에 계속 있기도 그렇고 공부는 해야 하니까 독서실로 왔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에서 수학 학원 수업을 들으러 온 D(18)군도 "코로나 이후에도 진도 때문에 학원은 계속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나서서 지난 6일 학원계에 휴원을 당부한 효력이 열흘 만에 학원들의 운영난과 학생들의 초조함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 휴원했던 30%가량의 학원·교습소들도 다시 수업을 재개하는 추세"라며 "현실적인 지원과 대책이 없는 한 학원들의 수업 재개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