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매립지 기획취재를 하며 인천 서구 안동포마을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에서 30분 넘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수도권매립지는 20살에 시집와 이제는 백발이 된 할머니의 노년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할머니는 냄새와 소음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던 과거를 하소연했다.
할머니가 지금까지 겪은 피해는 서울시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에 묻은 폐기물 중 절반은 서울시가 버린 쓰레기다. 서울시가 2018년까지 수도권매립지에 갖다 버린 쓰레기는 전체 매립 폐기물의 55.9%나 됐다.
정작 인천이 버린 쓰레기는 16.2%로 가장 적었다.
서울시는 인천보다 3배나 많은 양의 쓰레기를 그동안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버렸다.
우리나라 폐기물 정책은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다.
하지만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는 이런 원칙이 무시된 채 3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인천은 서울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인천시가 선언한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이제 5년 남았다.
서울·인천·경기·환경부의 4자 합의서에는 연장 기간 내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매립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직매립 제로화'다.
직매립 제로화에 대한 자치단체의 공통적인 해법은 소각장 확충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나름대로 소각장 확충을 준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기피한다는 이유로 수도권매립지 연장만 바라보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과연 주민들이 소각장을 반겨서 지으려는 것일까.
2015년 4자 합의서에 서명한 기관 중 기관장이 바뀌지 않은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인천 시민들의 절실함도 그에 못지 않다. 언제나 나랏일에 뒷전이었다고 생각하는 안동포마을 할머니도 인천 시민이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