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등 특수누릴 시기에 '감염병 사태'
베이커리 매장서 판매대 설치 '판로확보' 도움
염태영 시장, 선별진료소 근무자 '편지와 선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수천 년 전의 시구가 2020년 봄을 표현해준다.
따뜻한 봄 기운이 나들이를 부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게 현실인 까닭이다.
코로나19로 졸업식도 입학식도 못해 판로는 없지만 그래도 꽃은 피었다.
마치 '봄이 오고 있다'며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이에 수원시와 관내 공공기관·지역 내 업체 등은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된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 "꽃 보고 답답한 마음 힐링하세요."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한옥베이커리 '삐에스몽테'에는 최근 꽃을 판매하는 공간이 따로 생겼다. 입구에서부터 봄 내음을 가득 머금은 프리지어가 우리를 반긴다.
우원석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인근 프리지어 농가에서 꽃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꽃을 팔아 얻는 금전적 이익은 없다. 대신 하루에 2번씩 물갈이와 포장, 바닥 청소 등 매장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그러나 손님들이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 농장 사장님에게 판매액을 전달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불편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골 손님의 행복한 인사는 덤이다.
베이커리에서 프리지어를 구매한 김현주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한데 꽃을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니 다들 너무 활기가 생겼다고 좋아한다"고 했다. 우 대표는 부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제과협회 소속 대형 베이커리에도 이를 제안해 판매처가 늘기도 했다.
우 대표는 "베이커리 역시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역 농가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꽃을 보고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얻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어려움 처한 화훼농가, 지역의 도움 받다
프리지어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21년째 승아농장을 운영하는 박경재씨가 재배했다.
화훼업은 올해가 유독 혹독하다. 때때로 작황이 좋지 않거나 경매가가 낮은 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졸업과 입학, 밸런타인데이 등 이른바 특수를 누려야 할 시기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매를 내보낸 꽃이 트럭에 실린 그대로 돌아오는 일이 일쑤였고 도매시장에서는 꽃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튤립은 80%가 출하되지 못했고 이달 말까지가 한창인 프리지어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버리는 것도 속상하지만 다른 꽃을 심을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러던 중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서 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수원과 화성, 군포 등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 프리지어 판매대가 생기며 판로가 늘었다.박씨는 "베이커리에서 도와준 덕에 프리지어의 경우 절반 이상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이웃분들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 화훼농가 살리기 나선 수원시 공공기관
수원시도 화훼농가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13일 선별진료소 근무자 60여 명에게 "감사합니다. 누구도 선뜻 감내하기 힘든 희생을 수원시민 모두와 함께 기억하고 응원하겠다"란 편지와 함께 프리지어를 보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도 행정기관과 주변, 거리 화단 등에 꽃을 심도록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각 부서는 이를 수락하고 꽃을 활용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화훼농가가 힘을 낼 수 있도록 꽃 소비 촉진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실질적인 화훼 수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래·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