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창, 마마로 불리는 천연두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기원전 1160년경 사망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도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유럽에 천연두가 창궐했다. 이들이 옮겨간 바이러스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운 좋게 살아도 시력 상실, 곰보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1768년 영국의사 존 휴스턴은 우두(牛痘)에 의해 감염된 사람이 천연두에 면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796년 '면역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제너는 이를 바탕으로 소젖 짜는 여인들이 미약하게나마 우두를 앓자 그 물집의 고름으로 천연두 예방 물질을 개발했다. 수천 년간 인류의 적이던 천연두가 극복되는 순간이었다. 천연두는 1959년을 끝으로 새로운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1980년 WHO는 천연두의 지구 상 박멸을 선언했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3만 개의 질병이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가 홍역, 장티푸스, 파상풍, 콜레라 등의 감염병 공포에서 벗어난 건 순전히 백신 덕분이다. 백신이란 이름은 파스퇴르에 의해 명명됐다. 자신이 만든 약에 '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차(vacca)'를 빌려 '백신(vaccine)'이라 하고 투약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불렀다. 이처럼 백신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의학 성과로 꼽힌다.
백신 개발은 돈과 직결된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은 여기에 회사의 운명을 건다. 하지만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의학자 조너스 소크는 달랐다. 원숭이 신장 조직과 200여 후보 물질로 실험한 끝에 1955년 '소크 백신'을 개발했다. 제약회사들이 돈으로 유혹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돈과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기자들이 백신 특허권에 관해 묻자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고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감동이다.
코로나 19 종식을 위해선 백신이 유일한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백신 개발이 미·중간 경쟁으로 되면서 안전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백신은 충분한 안전 테스트와 다양한 동물실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백신 개발은 승자를 정하는 게임이 아니다. 인류를 구한다는 사명감이 우선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