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제 모른 노인에 지급품 전달
일반인 건넨 40매, 다시 기부도
지난 13일 오후 8시 49분께 인천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경찰관들이 부흥오거리 인근 한 약국 약사로부터 "마스크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약국에는 70대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사연은 "코로나19로 불안해 못 살겠고,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나 같은 노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마스크를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부개동의 한 빌라에서 홀로 살던 할아버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자 늦은 오후 무작정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정해진 요일에만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를 몰랐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약사로부터 "지금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으니 5부제에 날을 맞춰 오시라"는 얘기에 허탈한 마음에 약국을 떠나지 못하고 하소연하기 시작했고, 약사는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에게 마스크 구매 방법을 설명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잠시 뒤 지구대 경찰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마스크를 하나둘씩 모아 할아버지 집을 찾았다.
이 마스크는 지난주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들의 안전을 위해 지급된 마스크 10장 중 일부였다. 마스크를 받은 할아버지는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감사한 일은 없었다"며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마스크를 나눠준 경찰관 소식에 이어 경찰관을 위해 마스크를 모아 전한 시민의 이야기도 감동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 마스크를 임시청소년 쉼터에 다시 기부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께 부개파출소에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찾아와 "마스크 구하기가 힘든 시기에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보건용 마스크 40매를 건넸다.
파출소 직원들은 기부받은 마스크를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한 끝에 지역 임시청소년 쉼터에 보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보다 마스크를 살 형편이 못되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김학철 인천삼산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에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나누려는 마음이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에게 조금이나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