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jpg
지난해 10월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와 관련한 논란의 불씨가 4·15 총선 이슈로 옮겨 붙었다. 여당 고위 인사의 말 한마디가 발단이 됐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기본소득당, 가자환경, 시대전환 등 여러 소수정당과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거론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관련 정당과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녹생당은 이튿날 논평을 내 "성소수자 문제를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윤 사무총장의 발언은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발언이고 혐오발언"이라고 지적했다. 

51.jpg
지난해 11월 13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윤 사무총장의 발언은 선거연합을 앞두고 녹색당이 당원투표로 뽑은 비례후보,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제3의 성)' 김기홍 후보에 대한 거부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표방하는 동등한 '연합'의 실체냐"고 꼬집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려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던 비례연합정당 설립 목적을 부정당한 것이다.

성소수자 문제가 이처럼 주류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기도의회 또한 기독교 교회 등 종교단체의 압력으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를 개정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재개정하는 일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를 의식해 정치공학적 셈법을 우선한 판단이었다.

도의회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제34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0032101001085600056561.jpg
경기도의회 제341회 임시회에 진행 중이던 지난달 17일 경기도 인권단체들이 도의회 앞에서 성평등 기본 조례 재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지난해 8월 개정 성평등 기본 조례가 공포된 이후 일부 보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재개정 요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종교단체는 조례상 용어 정의에 '생물학적 성'을 명시하거나 '양성평등'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평등위원회 설치 주체를 민간으로까지 확대한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인권에 차별을 두는 발상이라고 맞서면서 재개정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개정안에는 그간 쟁점이 됐던 조례상 '성평등' 정의는 그대로 유지하되 사업주 등 민간 기관 사용자에게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내용은 삭제됐다. 도의회 민주당은 총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결정"이 된 셈이다.

지역과 중앙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잇따르자 인권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산인권센터는 최근 낸 성명서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라 하더라도 공론화와 설득을 통해 사회적 합의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공당의 역할이다. 과연 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다가오는 4. 15. 총선에서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과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들은 우리의 표를 통해 시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