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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투기를 좋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그의 투기심리를 부추겼다. 광산에도 투자했고, 도박에도 손을 댔다. 주식투자로 큰 빚을 지기도 했다. '톰 소여 모험'이 대 히트하면서 인세로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모두 주식으로 날렸다. 처음엔 일확천금을, 후엔 원금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실패했다. 전형적인 개미투자가들이 그렇듯 말로는 주식투자는 할 게 못 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일확천금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들이 매수하고 있다. 3월 들어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7천669억원(우선주 포함) 어치를 매도했는데 개인들이 4조5천113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장이 무너져도 삼성전자만큼은 굳건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됐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크게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보면서 터득한 학습효과다. 하지만 개인 투자가들은 빚을 내 주식을 산다는 것이 문제다.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594만여주로 지난달 말 415만여주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

1894년 12월 5일 동학군의 마지막 전투인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군은 분당 400발을 발사하는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2만여명이 사살됐다. 죽창으로 최신식 무기와 대적했으니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개인이 주식운용을 잘해도 총알(자금)이 풍부한 외국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외국인들은 매도로 마련한 현금을 본국으로 보내지 않고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저점에서 다시 들어오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지금이 바닥'이란 판단으로 빚을 내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 가장 유망한 종목은 '현금'이다. 현금을 최대한 아끼면서 저점이 확인될 때까지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 주식 매수를 애국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