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불응·확진판정자 접촉 숨기기
사이비종교 거짓말 행태 슬픈 현실
위선 넘치는 우리사회 민낯 보는듯
소외된 이웃 진심의 위로 손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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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에서 신천지라는 사이비 집단이 문제의 중심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 과정 중에 이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경악했지요. 이런 시급한 상황에서도 전염 가능성이 있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거나 조사에 불응해 국가의 방역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한 신도는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과 접촉한 사실도 숨긴 채 병원에 출근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종교 행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비 종교나 사기 등 '사' 자로 시작하는 현상의 특징은 철저히 속이려는 대상의 입장에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4년째 취업 준비 중인 청년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취직입니다. 그러면 취업을 미끼로 접근합니다. 취직을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가난'입니다. 가난은 배움도 부족하게 하고 인맥도 부족하게 합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들은 결국 취업 현장에서도 소외되게 마련입니다. 가난이 서러운 사람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가난 때문에 무시당하고 기회에서 밀려난 열패감과 열등의식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입니다. 사이비 종교는 이런 위로를 잘해줍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위로를 전하기 위해 지도자급이 아닌 같은 처지의 동년배 교도를 접근시킵니다. 따뜻한 심성을 가진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등을 두드리며 처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순간 이미 한 청년의 영혼은 그들에게 넘어갑니다. 그다음 단계는 공동체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집단 활동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직업을 제공합니다. 다단계식 직장을 통해서 성취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지요. 이들에게 자기들만 구원된다는 선민의식만 심어주면 그때부터는 행복이 충만한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위로받은 고마움에서 시작했지만 지도부와 그의 측근 집단이 설계한 영혼 탈취 프로그램에 의해서 상식을 넘어서는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사이비 교주들은 목적이 뚜렷합니다. 거짓 신을 만들고 거짓말로 사람을 속여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입니다. 사기는 재물만 가로채 가지만 사이비 종교는 재물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영혼까지 가로채 갑니다. 그래서 사기는 당하는 순간 바로 알지만 사이비 종교는 당하고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는 수없이 많습니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고 그 소외된 심정을 정직하게 위로해주는 이웃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 정치권의 정의사회 구현은 구호에 불과하고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기성 종교는 먹고 살 만한 사람들끼리만 서로 위로하는 모습입니다. 안타깝지만,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그들의 골수를 빼먹고 싶은 사이비 교주들뿐입니다.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정직한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밀려나면 사이비와 사기는 이 사회에 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19와 신천지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직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 거짓 사랑과 거짓 위로를 통해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위선자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위선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닥치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런 흉측한 우리 사회 민낯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회를 정상화할 수 있을까? 신천지를 제거하면 가능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 사회의 소외 계층에게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사이비가 거짓 위로로 팽배하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보통의 정직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소외된 사람들이 사이비들 때문에 두 번 소외당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합니다.
/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