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적벽 승리' 정확한 자료이용 사례
'나의 정보' 기업서 고객으로 패러다임 이동
LX, 세종시 '대국민 서비스센터' 구축 계획
일상 속 '공간 데이터' 국민들도 쉽게 활용

방성배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장
방성배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장
적벽대전을 앞두고 수적 열세로 위기에 몰린 연합군의 책사였던 제갈량은 장수인 주유에게 "동짓날에 거센 남동풍을 빌려오겠다"고 자신한다. 약속한 날이 되자 제갈량의 예언대로 남동풍이 불어왔고 조조의 대군을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제갈량은 어떻게 남동풍이 불어올 줄 알았을까? 제갈량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남동풍을 빌려오는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런 제갈량에게 어떤 노인이 말했다. "초겨울에 미꾸라지가 뒤집히면, 이튿날 닭이 울기 전에 남동풍이 올 것이다." 노인의 경험을 믿고 경청한 제갈량은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관찰했다. 노인의 말처럼 미꾸라지의 배가 뒤집히고 바람이 밀려왔다. 해마다 겨울 동짓날이면 조류와 난류의 기온관계로 인해 며칠 동안 남동풍이 불고 있었고, 오랫동안 다양한 학문에 정통했던 제갈량은 노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지만 '정확한 데이터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침에 알람을 끄기 위해 스마트 폰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그 속에 무수한 데이터를 남긴다. 출근길 교통카드, 편의점 구매내역, 내 계좌에 들어있는 돈, 나와 함께 있는 모든 것이 나의 데이터다. 이렇게 만들어낸 나의 데이터는 과연 내가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이다. 내가 집을 사고, 진료를 받고, 물건을 사면 데이터가 축적되지만 그 데이터의 대부분이 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에서 관리하고 사용되고 있다. 개인 데이터의 중요성과 사회적, 경제적 가치는 높아지고 있는데 내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보호는 미비한 실정이다. 마이데이터(MyData)란 개인이 정보 관리의 주체가 돼 능동적으로 본인의 정보를 관리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신용, 자산관리 등에 정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이는 데이터 수집, 활용체계가 기업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내 데이터의 주인은 나라는 것이다.

올해 1월9일 데이터3법으로 분류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국민은 자기주도적 데이터 활용, 기업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부는 데이터 기반 과학 행정에 중점을 두고 '제3차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 기본계획(2020~2022)'을 발표했다. 또 올해 '공공부문 마이데이터 포털'을 구축해 공공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도 이에 발맞춰 세종시에 국민편익과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대국민 서비스모델을 개발하는 최적화된 데이터 서비스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공간정보를 일반 국민들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와 직접 연계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고객의 데이터가 적극 활용된다면 고객은 자신의 정보를 금융, 통신, 의료 등과 결합시켜 가치 있는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고객이 데이터의 용도를 결정하고 직접 활용 또는 제3자 공유를 허용하면서 고객의 정보가 보호되고 관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 데이터는 날 위해 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내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활용한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마이데이터의 적극적 운용을 위해서 마이데이터 산업의 제도적 보안 및 플랫폼 구축 등 착실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모이면 비즈니스가 되고 서비스가 된다. 내가 만든 수많은 데이터를 손에 쥐고만 있다면 결국 사라질 것이다. 데이터를 세상 밖으로 꺼낼 준비가 필요하다.

/방성배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