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5일 오후 한 경기지역 지자체의 수출기업협의회 회원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중국인 입국금지를 조치할 경우 관련 기업이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은 입국금지 주장을 두고 "그 주장이 현실화되면 당장 중국에서 자재와 원료를 수입하는 모든 기업은 올스톱 된다"며 "당장은 중국 춘절에 대비해 확보한 재고 등으로 버티더라도 장기화하면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필자도 이 내용을 내부 보고하고 외부에 공유했다. 단순히 정부가 이러한 우려만을 의식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초기 단계부터 추진하지 않았던 걸까?
2019년 대중국 수출 비중 25.1%(홍콩 포함 31.0%), 수입 비중 21.3%(홍콩 포함 21.7%)에 이르는 높은 중국 무역의존도는 물론이고 이외에도 조금만 주변을 살펴보면 더 많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인 유학생은 7만1천67명(44.37%)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확보가 어려워진 대학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도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이 34.4%(602만명)인데, 1인당 지출액(1천887달러)을 전체 지출로 환산하면 13조5천억원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은 2016년 80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사드 사태로 2017년 급감하였다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국내체류 외국인 236만7천명(2018년 말) 중에는 중국(한국계 포함)인이 107만566명(45.2%)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식당에 공급하는 김치 등 식자재 상당 부분도 가까운 산둥성에서 들어온다. 이 정도로 중국이란 나라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에 따른 영향은 크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입국금지 등의 봉쇄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도 갖게 된다. 이탈리아는 발병 초기부터 중국발 항공기 입항을 금지했음에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솅겐조약으로 국경 통행이 자유로운 EU 26개국은 국경봉쇄를 하지 못했다. 매일 생필품이 오가는 등 상호 공동시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 임금이 상승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동남아 이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컴퓨터 전자 및 전기장비의 전 세계 수출에서 24~28%, 섬유·의류·가구 등은 25~40%를 차지하고 있다. 납기, 가격, 품질 면에서 중국의 공급선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거리가 가깝고 동남아에 비교될 수 없는 공급체인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대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중국 내수용 공장과 그 외 지역 수출용 동남아 공장의 1+1 제조기지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팽창하는 중산층, IT 민간기업의 혁신적인 인재풀 및 벤처자본 동원능력은 국영기업과 지방정부 부실, 한 자녀 정책에 따른 노령화 및 정책변동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게 포기할 수 없는 거대한 기회의 시장이다. 중국인 입국제한은 외교·정치적 문제를 떠나 우리나라의 무역을 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면세점을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과 숙박·음식점 등 소상공인, 간병인이 필요한 병원,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기업 및 건설현장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 할 것이 분명하다. 국내는 물론 유럽·미국 등지에서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현 상황에서는 방역 외에 다른 고려를 우선하기 어렵겠지만 확진자 30명 이하인 상황에서는 중국인 입국금지가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무시하고 방역만을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의료진 및 방역행정 체계의 우수성이다. 지난 2월24일 미국 타임지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를 "그만큼 진단능력이 높기 때문이며 자유로운 언론, 민주적으로 믿을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방역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방역 기관 종사자 및 의료진들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으로서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해 앞장설 것을 다짐해 본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 팀장 추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