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작인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란 제목의 논문에서 일본인의 조상에 대한 세 가지 학설을 소개한다. 첫째는 일본 열도의 원주민인 '조몬인'이 점차 현대 일본인으로 진화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 학설은 어마어마한 수의 한국인이 농업기술과 문화, 유전자를 가지고 이주했고, 현대 일본인은 한국인 이민자의 자손이라는 설이다. 마지막 학설은 한국에서부터 이주가 이뤄졌다는 증거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엄청난 규모였다는 견해는 부정한다. 하지만 이후 한국인의 수가 급격히 불어나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두 번째 학설과 맥을 같이한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골격과 두개골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학설에 더 무게를 둔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긴 하지만 일본이 저지른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별로 수긍하고 싶지 않은 학설이기도 하다. 일본인의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리 만무한 일본이야 오죽할까.
다이아몬드 박사도 이를 의식했는지 "한국인과 일본인은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지만 이러한 반목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제언한다.
그러나 '반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박사의 긍정적 전망은 상당기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이 근현대사마저 왜곡하는 마당에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결국 24일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담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총 17종의 검정을 승인했다. 수출·입국 규제에 이어 이번에는 교과서로 또 한번 한국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분을 참지 못했는지 한 시민이 독도와 관련한 이색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해 외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지원 요청 및 수출 문의가 잇따르는 것과 맞물려, 수출용 진단키트의 제품명을 '독도'로 해달라는 청원을 25일 청와대에 접수한 것이다. 실현 여부를 떠나 응원하고 싶은 청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