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매출하락 '이중고' 신음
새벽 시간에 불… 점포 17개 태워
봄 성수기에 희망 가졌는데 '한숨'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화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에 화마까지 덮쳤다.
젓갈 수산시장 상인들은 한순간에 생계 터전을 잃게 됐다. 26일 낮 1시께 강화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 노란색 '출입금지' 띠가 둘러져있는 수산시장 입구로 다가가자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수산시장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철제 구조물은 검게 그을린 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바닥 곳곳에는 유리 파편과 새우젓이 흩어져 있었다.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집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젓갈 수산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불에 탄 내부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젓새우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는 강화군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은 수도권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새우젓을 비롯한 젓갈, 해산물을 사기 위해서 찾던 곳이다.
강화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에 불이 난 것은 지난 24일 오전 4시 7분께. 1시간 동안 이어진 불은 18개의 수산시장 점포 중 17개를 태웠다.
상인들은 수산시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뛰쳐나왔지만, 화마에 휩싸인 수산시장을 허망하게 바라만 봐야 했다. 예상치 못한 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생계가 막막하다며 망연자실했다.
상인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아프리카 돼지열병,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산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매출의 50%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봄 어기가 시작되는 성수기인 4~6월 사정이 나아질까 하는 희망을 가졌었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이 나는 바람에 그마저 희망이 꺾여버렸다.
상인 강신봉(73)씨는 "새우젓, 집기 등이 모두 불에 타면서 당장 점포 한 곳당 8천만원에서 1억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며 "성수기인 지난해 가을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봄에는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없어져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은 젓갈 수산시장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최대권(63)씨는 "하루아침에 상인 모두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최대한 빨리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천시에서 철거, 복구 등 행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화군과 어촌계 주민들의 의견이 조율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젓갈 수산시장 철거·복구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인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주차장에 몽골텐트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