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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고산지구 한 초등학교 저수조 내부. 물을 모두 빼고 난 뒤 바닥에 흙과 모래 등이 남아있다. 특히 배수구(빨간원) 주변에 토사가 쌓여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의정부 고산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토사가 섞인 상수도(3월 30일자 14면 보도)가 나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인근의 한 초교 저수조에서도 상수도 침전물로 보이는 토사가 발견됐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지 않았더라면 학생들에게 '흙탕물 급식'이 제공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30일 LH와 A초교에 따르면 LH 관계자는 지난 26일 학교를 방문해 지하 저수조에 고인 물을 배수시켰다. 학교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시작된 배수에 놀라 그 이유를 물었고, LH 관계자는 "물에 불순 침전물이 많아 급히 물을 빼고 있다"고 답변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학교측은 같은 날 바로 의정부시에 수질 검사를 신청한 상태다.

실제 이날 배수가 끝난 A초교 저수조를 확인한 결과 상수도에 섞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흙과 모래가 상당량 발견됐다.

특히 배수구 주변과 모서리 공간, 굴곡진 부분이나 칸막이 근처에 토사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저수조내 물에 섞여 있던 이물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에 쌓여있다가 배수 후 바닥에 남은 것이다.

이 학교는 LH가 공영개발사업으로 조성해 지난 2월 28일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았다. LH는 임시 사용 승인을 앞둔 지난 2월 7일 이 학교 저수조를 청소·소독했다는 서류를 의정부교육지원청에 냈다.

당시 저수조 청소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후 공급된 상수도에 토사가 섞여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A초교 교장은 "급식실에도 저수조와 같은 급수관이 연결돼 있다"며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졌기에 망정이지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볼 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LH 측은 상수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수조 물을 몰래 뺄 때까지 사정을 알려오지 않았다"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급수관 공사 후 관 내부에 남아있던 일부 이물질들이 상수도에 휩쓸려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물질의 출처 등에 대해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