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수준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화한 포천시가 지역화폐 사용처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시는 1인 당 4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업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일부 하나로마트가 예외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를 해 왔기 때문이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31일 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재난기본소득 지원 긴급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과 소상공인이 살아야 우리 포천시가 산다"며 "가용한 재원을 동원해 시민 모두에게 개인당 4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화폐 하나로마트 사용과 관련,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 판매가 대부분이고, 농협은 조합원으로 구성돼 여러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며 "의회와 논의해야 한다"며 공을 의회로 넘겼다.
논란을 넘겨받은 시 의회도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민의 사용 편의를 위해서는 하나로마트를 허가하는 것이 맞지만, 재난기본소득 취지상 '소상공인 지원' 원칙이 퇴색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매출액 10억원이 넘는 주유소와 일부 소형마트까지도 사용 허가를 연이어 요구해 올 가능성도 높아 정책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 시의원은 "의회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으로는 하나로마트 사용은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포천시 김태명 지부장은 "지역화폐는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인데, 지금 하나로마트에 특혜를 주려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하나로마트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될 경우 외식업단체는 물론 소상공인협의회 등과 함께 하나로마트에 대한 불매운동 등 강력 대응을 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동면 소상공인협의회 이창진 회장도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책인데,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하게 해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농업인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기계 센터에서 사용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전했다.
포천/김태헌기자 11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