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노트북 등 인프라 한계
다문화학생 '언어의 벽' 부딪혀
재수학원에 뒤처진 고3 수험생
"형평성 고려한 추가대책 필요"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대학 입시 일정 연기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가 조치를 발표했지만 정작 경기도 내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내 상당수 학교들은 카메라 장비 등 경험 부족으로 곤란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들의 경우 통합 교육이 필요한데 원격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은 재수생들과 격차가 더욱 커졌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오전 수원 고색고에서는 한국지리 화상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사는 TV 화면 속 자료를 짚어가면서 설명을 이어갔고 가끔 고개를 돌려 노트북과 휴대전화 화면에 올라온 학생들의 채팅을 읽었다.
고색고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3년 전부터 구글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왔다. 다년간 준비가 있어 선도적으로 화상 수업을 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내 학교 상당수는 교사와 학생들 모두 경험이 없는 데다 카메라 장비 등 인프라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택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화상 수업을 하면 좋은데 노트북이나 카메라와 같은 인프라에 한계가 있다"면서 "열악한 장비로 촬영을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언어가 온라인 개학의 장벽이 되고 있었다.
광명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각 학급마다 있는데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교사들은 스마트 기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공립 다문화 학교인 인천한누리학교의 이귀원 교장도 "이중언어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통신문을 번역해 안내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며 "지난주부터 학생의 IT기기 보유 여건이나 각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있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재수학원과 기숙학원은 일찌감치 입시 준비에 들어가 고3 학생들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도내 일부 재수학원들은 실내 소독과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 조치를 취한 채 교육부의 학원 수업 휴원 요청에도 4월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이미 지난 1∼2월께 강의 일정을 시작한 기숙학원들도 학생들의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수업을 소화하고 있다.
도내 한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부모와 학생 모두 불안해 하고 있다"며 "온라인 수업에만 의지할 수 없어 재수생과 형평성을 고려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김성호·이원근·남국성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