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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비누를 사용한 역사는 길다. 기원전 2800년경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1세기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37권으로 이뤄진 백과사전 '자연사'에서 '비누는 갈리아인들이 만들었다. 비누는 동물의 기름과 재로 만든다. 특히 염소의 기름과 너도밤나무의 재가 비누재료로 가장 좋다'고 적었다. 그 후 시대별, 국가별로 비누와 유사한 제품이 꾸준히 만들어져 주로 상류층들이 사용했다.

비누가 대중화된 데는 1790년 프랑스 화학자 르블랑이 소다 제조법을 발명하고, 1811년 슈브렐의 '유지(油脂)의 화학적 조성을 위한 연구' 덕이 컸다. 이후 인간은 몸을 규칙적으로 씻고, 세탁 가능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인들의 골칫거리였던 '옴'의 퇴치에 비누는 큰 공을 세웠다. 1853년 영국 정부가 비누에 부과된 세금을 철폐한 후로 가격이 하락하고 사용자가 늘면서 옴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독일의 화학자인 리비히의 "한 국가가 소비하는 비누의 양은 그 문명의 척도"라는 발언이 이때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 비누는 1956년 애경 유지에서 나온 '미향'이었다. '미향'은 1958년 월 100만개 이상 팔리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손에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을 비롯해 약 150종류의 세균이 득실거린다. 이를 그대로 두면 세균 수는 시간별로 급속히 늘어나 3시간이 지나면 26만 개체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악수나 엘리베이터 버튼, 문 손잡이 등을 통해 쉽게 옮겨지는 이유다. 이를 간단하게 차단해 주는 게 비누다. 세정제보다 비누로 손을 자주 씻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비누 속의 '카르복시기'와 '탄화수소 사슬' 성분이 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더 연장했다. 상황이 나빠져서다. 그렇다고 손 씻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손을 씻을 때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늘 옆에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누도 그중 하나다. 세면대 옆에 늘 놓여 있는 비누. 그래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비누야말로 지구 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저렴한 코로나19 방어용품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비누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고맙다. 비누야.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