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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킹덤 2'가 인기몰이 중이다. 13개국 언어로 더빙해 동시 개봉한 나라마다 시청률이 최상위권이다. 한국판 좀비 시리즈라는 입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박한 전개,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연기력이 돋보인다. 코로나19로 자택연금된 할리우드 스타 사무엘 J 잭슨도 팬 덤 대열에 합세했다는 소식이다. 전작인 '킹덤'도 덩달아 뜨고 있다.

나라 밖 시청자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생경한 화면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다. 꼬질꼬질한 검은 색 얼굴에 남루한 옷을 걸친 백성들, 기울어 가는 초가집과 허술한 성곽, 웅장한 궁궐 등 볼거리가 많을 것이다.

주요 배역의 의상과 소품들도 눈길을 끄는데, 외국인들은 특히 우리 전통 갓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눈치 빠른 다국적 온라인 유통업체가 갓을 팔고 있다.

넷플릭스의 홍보 동영상에는 "오 마이 갓(Oh My God) 아니죠, 오 마이 갓(Oh My Gat)이죠"라는 문구가 나온다. 동영상은 사연을 곁들여 다양한 종류의 갓을 소개한다.

극 중에서 도포 자락 휘날리며 여심을 훔치는 세자 이 창은 '흑립'을 착용했다. 사대부가 집에서 손님을 맞을 때나 외출할 때 쓰는 필수 아이템이다. 해원 조씨 가문의 조학주는 3단 모양의 '정자관'으로 카리스마를 극대화했다. 오천원권에 나오는 율곡 이이의 바로 그 갓이다. 실내용으로, 신분에 따라 단이 오른다고 한다.

내금위장의 추상같은 위엄을 상징하는 '주립'은 무관들이 쓴다. 장끼의 깃털 장식으로 미적(美的) 완성도를 높였다. 시즌 1에서 왜군과 맞선 범팔의 '전립'은 방탄기능을 갖춘 전시용(戰時用) 갓이다. 낮은 지위는 돼지 털을, 높은 지위는 공작 깃털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왜군의 조총 탄환에는 무용(無用)했다.

갓은 신분제도를 상징한다. 양반만의 전유물인지라 상민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다수 백성은 왜 상투 튼 맨머리였을까 의아했을 것이다.

왕조 500년간 이어진 신분 차별제도가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역사가들이 많다. 조선 말, 남도를 시작으로 들불처럼 번진 민란(民亂)이 외친 건 '양반 상놈 없는 평등한 세상'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도 외국인들이 'Oh My Gat' 이라 할지 궁금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