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
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
부모들은 아이들이 혼자 길을 잘 건너는지 항상 불안해한다. 어릴 때 교통안전교육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서다·보다·걷다'를 반복해 교육해 보자. 경기북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170명 중 보행 사망자가 68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고 보면 도로변 아이들은 마치 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조금 전까지 부모 옆에서 놀던 아이가 횡단보도 앞 차량 진입 방지봉(볼라드)을 잡고 노는 걸 보면 깜짝 놀란다. 도로변 아이들이 마냥 불안한 이유는 도로에서는 '당연히'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신호를 지켰으니 사고가 안 나겠지',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우선이지'란 믿음은 어리석다. 고의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도 있겠지만,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나는 사건이 훨씬 많다. 물론 보행자에 대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운전자의 과실이 가장 크겠지만, 사고 후 '누구 잘못이냐?'를 따져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발생 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도로를 횡단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너무 많다는 것 또한 염려스럽다. 신호는 초록색으로 바뀌었는지, 건널 때 뛰면 안 되고, 손은 머리 위로 들어야 하며, 시선은 왼쪽 오른쪽을 보고 다시 왼쪽을 보라고 가르친다. 모두 중요한 사항이고, 아이들도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차량이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이 순서대로 차분히 다 지킬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딱 한 가지만 가르치라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건너기 전엔 무조건 '왼쪽'을 먼저 보라고. "왼쪽! 왼쪽!"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왼쪽'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왼쪽에서 차가 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횡단보도에서 다소 뛰는 것도 이해해 줄 수 있다. 집중력이 약하고, 보행 시야각도 좁은 아이들에게 '길 건너기 전 왼쪽 보기' 만큼은 반드시 알려주도록 하자. 오른쪽은 한 템포 늦게 봐도 된다.

/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