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항의에 이해시키기 힘들어
전염불안·휴일없는 노동 등 희생
관심·격려 일회성에 그쳐선 안돼
나는 국가지정 감염병동이 있는 인천광역시의료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당시 감염병 관리업무를 맡았다. 질병 대처에 대한 경험은 충분했지만,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이순이 넘은 나이에 왜 위험한 지역에 가느냐"고 극구 말렸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가족들을 안심시킨 뒤 지난 3월 대구지역 보건소로 배치돼 2주간 머물렀다.
대구 선별진료소에서 나의 임무는 검사를 예약한 코로나19 의심자들을 돕는 일이었다. 하루에 60~150명 정도가 나를 거쳐갔다. '레벨 D' 방호복에다 고글과 마스크를 쓰면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비가 오듯 쏟아졌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야외에서 업무를 했기 때문에 확진된 입원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에 비하면 훨씬 근무환경이 나았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간혹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자가격리 해제를 위한 2차 검사에 왔는데 왜 검사를 빨리해주지 않느냐는 '재촉형', 예약 오류에 대해 거세게 몰아붙이는 '항의형'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공무원과의 상호협조, 간호사들의 동료애로 극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의료봉사에 지원한 간호사들은 성별, 나이, 경력은 달라도 '원팀'처럼 움직였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안전하도록 서로 점검해주고, 자가 격리자에게 제공할 감염 예방물품을 준비할 때도 서로 도왔다. 선배로서 대견스러웠다. 특히 순천, 진주, 부산, 강릉 등에서 보내준 지역 특산품과 응원 물품에 하루 피로를 말끔히 풀고 힘낼 수 있었다.
사실 올해는 간호사로서 뜻깊은 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보편적 건강 보장 실현에 핵심 역할을 하는 간호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은 그리 따뜻하지는 않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자녀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짊어져야 해서다. 친인척이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자녀와 떨어져 몇 주를 생활해야 하고, 이런 여력도 없는 간호사들은 직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간호사들은 별도 휴식공간이 없어 장례식장이나 빈 병실에서 잠을 청하고, 인스턴트 식사에 휴무일도 보장되지 않는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가적 비상사태임을 알고 당연히 감수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슬프고 안타까웠다.
간호사로서 국가적 재난 시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됐고, 국민적 관심과 격려가 쏟아져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 대란 때마다 반짝 쏟아지는 일회성 응원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간호사들이 사명감과 자존감을 갖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성숙 인천시간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