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섬 비교용12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세계적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가 번식기를 맞아 최근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찾았으나 개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7일 인공섬에 자리를 잡은 저어새 무리(왼쪽)와 7일 오전 텅 빈 인공섬이 대조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남동유수지 작년이어 차질 우려
인공섬 둥지 못틀고 주변떠돌아
전문가 "울타리 등 환경변화탓"


남동유수지를 찾은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번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임에도 여전히 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번식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남동구 남동유수지에는 지난달 15일부터 저어새가 찾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30마리 정도가 관측되고 있다. 2017년 233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기도 한 남동유수지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다.

그런데 저어새는 아직 유수지에 둥지를 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번식을 시작해야 할 때지만, 아직 터를 잡지 못한 것이다.

저어새는 3월 말부터 알을 낳기 시작해 약 25일간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시킨다. 이르면 4월 내에 새끼가 부화한다. 특히 지난 2018년 조성한 약 900㎡ 면적의 인공섬에는 저어새의 접근조차 드문 상황이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저어새들이 계속해서 남동유수지로 오고는 있지만, 잠깐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인공섬 안에 저어새의 접근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요인으로 지난해 너구리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점, 전기 울타리 설치로 주변 환경이 바뀐 점 등을 꼽았다.

저어새를 연구하는 권인기 박사는 "지난해 번식에 실패한 불안감이 한 요인일 수 있고, 새로 생긴 구조물에 적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다른 번식지가 대부분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남동유수지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번식률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이곳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저어새 새끼는 15마리에 불과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립생태원, 환경단체 등과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