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웃돌것 전망
각국 축적 경험 파격적인 지원에도
도산·채무불이행 또다른 위기 우려
강력 보건·경제 유지 정책 병행해야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나 방역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중요한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주요국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그 결과 경제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험준하기만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중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듯이, 올해 각국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치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2월에는 실업률이 3%대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미연준도 미국경제가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고 낙관했으나 불과 몇 주만에 2분기 실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웃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악화되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가 이처럼 막대한 이유는 각국의 서비스 소비, 제조업 생산, 주택 건설 등 주요 경제활동이 동시에 중단되는 데다 그 지속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점차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 중국은 물론, 여타 신흥시장국들까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수출입도 급감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내·외수 감소에 직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축적한 경험에 기반하여 주요국들의 정책 대응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과감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지원, 가계 및 기업 지원을 위한 재정정책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대규모로 시행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과감한 금리 인하,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통화스와프 등 글로벌 달러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의 확충을 위한 국가간 협력도 빠르게 결정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각국 정책당국의 유례없는 과감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가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위기가 단순히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유동성(liquidity) 위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도산, 채무불이행 등 지불능력(solvency) 위기, 즉 또다른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각국 공히 GDP대비 총부채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등의 결과로 급격히 높아진 데 기인한다.
경제 주체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진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자칫 감염병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지원, 신용시장 지원 등에 과거와 달리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 일로에 있던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규제 등도 일시 완화할 정도로 각국의 위기 전이에 대한 우려감은 높다.
최근 IMF가 지적한 대로 코로나19 위기는 감염병 확산 억제와 경제활동 회복의 두 단계를 거쳐 극복될 것인데 단계별로 적절한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첫 번째 단계에서의 대응 방식에 따라 경제 회복의 속도가 결정될 수 있다. 즉 초기에 강력한 보건정책이 시행되고 그 결과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겠지만, 이때 가계 및 기업의 재무건전성, 고용 및 공급망 훼손을 얼마나 막느냐가 이후 경제회복의 관건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은 소상공인, 저소득가계 등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 기업 일반에 대한 고용유지 및 운용자금 지원 등 가계 및 기업의 재무상황을 최대한 유지시키는 정책들이 보건정책 못지않게 일관되게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