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사고로 애인 잃은 슬픔 채 가시기도 전
엄마의 폐암 말기 판정… 연이은 상실의 슬픔
간병 도중 '투정·짜증' 이면의 모습까지 담아
■ 오늘의 엄마┃강진아 지음.┃민음사 펴냄┃292쪽. 1만4천원
그러던 중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직 그의 죽음조차 납득하지 못한 정아가 이십 대의 마지막 해에 받아든 역할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보호자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언니 정미와 세상일에 늦되고 어색한 동생 정아는 서울과 부산, 경주를 오가며 엄마의 간병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전까지 몰랐던 엄마의 취향을 알게 된다. 엄마가 지닌 취향의 기준은 '동물은 야생에 있어야지 동물원에 있으면 별로'라는 것.
'오늘의 엄마'는 엄마를 알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알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는 착한 딸과 성숙한 어른이고 싶은 욕망과 실제 '나'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순간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특히 책은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에게 앞서 가는 길잡이도, 뒤에서 받쳐 주는 안전요원도 아닌 동행으로서의 역할을 가르쳐준다.
독자들은 책을 읽을수록 병든 엄마 곁을 지키며 정아가 보여 주는 유치한 투정, 짜증과 무심에서 우리는 이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상실이 언제나 고통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라는 소중한 진실 또한 알게 된다.
한편 '오늘의 엄마'는 오늘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강진아의 장편 소설이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